설악산

241001 대청봉 일출이 저녁노을처럼 붉게 물들다

용아!! 2024. 10. 4. 09:45

서락에 든지 근 한달
반갑지 않은 10/1일 임시공휴일에 서락에 들기로 한다
그런데 웬걸!
1일이 다가올수록 비예보가 많아진다.
작년에도 고생했는데 시가 행진해야 하는 군인이 애처러워 진다
다행하 남설악은 잠깐 비예보가 있어도 외설악은 구름낀 날씨, 속초는 다소 맑다

코스는 당연히 외설악, 그럼 올해 남은 능선, 화채로 가자
처음엔 들머리를 오색으로 생각했다가 새벽녘 천불동 계곡소리 듣고 싶어 양폭으로 갈까도 고민.
결국 출발 당일에사 급경사 치고 오르는 체력을 느끼고자 오색으로 결정한다. 날머린 가는골.

비예보가 있어서인지 무박버스가 몇대에 그친다
다소 한산한 오색, 대청 일출도 06시 이후라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헤아리며 여유롭게 즐기다 산객들이 거의 들어갔을 즈음에 서락에 들어선다.
항상 그러하듯 한발한발 숫자를 세며 올라선다
OK쉼터면 숫자가 3천 언저리인데 2천도 안되네!
뒤죽박죽이다.
고요한 설악, 발자국과 스틱소리에 장단 맞추며 쉼 없이 오른다. 흐르는 땀에 스치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는 것을 느끼며…

6-8 표지목을 지나고서 여명에 기대어 렌턴을 끄고 간다
산행시 이때가  참 좋다.
내눈이 찾아주는 어슴프레한 시야속에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개방된 산행이랄까? 이에 반해 랜턴은 한정된 공간이기에…

대청에 6시애 도착한다
올 겨울 이후 첫 오색인데 2:40분,
이제 점점 시간이 늘어간다. 살아온 세월따라…

대청엔 일출을 보려는 산객이 저마다 자리한다.
바람이 차다. 이제 설악 아침은 겨울에 접어든다.
바람막이를 걸치고 대청 정상석 뒤편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일출을 고대한다.

대청 일출은 수평선 운해와 잿빛 구름층 사이에서 검붉은빛을 발하며 남서풍이 몰고 오는 구름 사위에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헌다.
숨바꼭질하는 일출에 딸아이의 무탈을 기원헌다.
아프지 않을거야. 아무일 없을거야. 좋은 결과 있을거다.
여튼
오늘 대청봉의 일출은 븕게 물든 저녁노을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여러해 대청을 맞이 했으나 오늘처럼 저녁노을 같은 일출은 첨이다.
새벽녘 일출과 저녁 일몰이 공존한 대청이다
 

중청대피소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조감도 대로 대피소는 2개동으로  한동은 단층, 또 한동은 지하1층의 단층으로 건축하는 듯 하다. 얼추 지하층 기초를 다지고 바닥 테크공사까지 마무리한 듯하다.  
언뜻 보기에도 축대공사 및 일부 기초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데다 대피소 골조도 세우지 않은 상황이라 올해 12월말까지 완공될지 의문이다. 올 겨울에도 한파가 오면 소청,희운각으로… 또 고달파 지겠다.
올 여름 무더위와 유난히 설악에 비가 많이 와서 공사가 지연되었을 것이다.
고생하는 공단과 공사관계자의 안전을 기원한다
대피소가 빠름 보다는 내실있게 튼튼하게 신축됐으면 한다.
다만 대청맞이 산객을 위한 임시화장실만이라도 조속히
마련 해주시길…

대청 남서 사면과 중청사면은 아직도 푸르르다. 단풍님은 조금 더 늦게 오시려나보다.

 

대청아래 화채초입 사면은 단풍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나뭇잎 채색이 영 혼탁하다.
예쁜 색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올 여름부터 초가을 9월까지 이상 고온으로 인해 광합성 작용이 파괴되어
나뭇잎 끝단이나 전체가 꼬실리거나 반점이 심하다.  

대청은 어느새 구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대청아래부터 화채박터까지 등로 여기저기가 파헤쳐져 있다. 아마도 맷돼지의 소행이리라. 파헤친 만큼 설악에 먹을게 없나? 이런 고지대 능선까지 맷돼지가 돌아다니 다니 설악에 들고 난지 오래이건만 지리산 반달곰처럼 이제 조심해야 할때다
저 서울 X산에도 맷돼지가 새상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말이다

만경대에 들러본다.
외설악 만경대에 들고 날때마다 항상 칠점사와 마주하는데 오늘도 역시나다.
내림길 등로한가운데 딱 버티고 있는 칠점사, 정말 식겁했다. 절로 나오는 외마디 소리, 가슴이 철렁했다.
스틱으로 등로밖으로 쳐내는데 대가리를 빳빳히 들고 쳐다보다 움직인다. 내가 불청객이니 화도 났겠다. 
화채능으로 다시 오를때도 그지점에서 또 그놈을 만난다. 내가 노려보고 소리치니 스르륵 풀섶으로 사라진다. 

천당능선과 염주골을 따라 골골이 시선을 이어간다.
염주골에 흘러 내리는 하이얀 물줄기가 뚜렷하다.  
 

대중소청은 구름에 잠겨있는데 아마도 비가 내리겠지?
외설악에 몰아치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천당부터 신선대까지 한참을 바라본다.
 

만경대에 칠선폭의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웅웅거린다.
 

어느새 화채봉에 먹구름이 내려 앉으려 한다. 강한 남서풍에 구름도 빨라지고 화채에도 비가 오려나보다.
화채능으로 발길을 서두른다.

만경대 구절초 한송이에 발길을 멈춘다.

어느새 화채능선도 가스로 가득차더니 화채봉은 곰탕이다. 세찬 바람만 자리할 뿐이다.
화채 삼각김밥 앞에서 그냥 목만 축이고 내려선다. 정말 오랜만에 화채봉을 마주하는데 외설악을 볼 수 없다니...
만경대에서 바라본걸로 만족해야 할 듯 싶다.
 

작은형제골 즈음일게다.
화채봉에서 내려서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빗줄기라 해야하나 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등로 풀섶과 나무에 맺힌 물발울로 이내 바짓단은 젖어가고 스틱으로 물방울을 쳐내기가 바쁘다.

칠성봉에서 바라본 숙자바위 뒤태는. 별로다
역시 숙자는 집선봉이나 봉화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멋지다. 우뚝한 자태라 할 수 있지.

숙자바위 풀빌라. 속초시내와 동해를 아우른다.
천상의 뷰를 보러 오는데 항상 비와 함께한다
이걸 복이라고 해야 하나!

설악에는 먹구름이 한창인데 속초 상공은 맑디 맑다. 빛내림도 있고. 땅은 하나인데 하늘은 둘로 갈라졌다 보다.
스프레이로 흩뿌리듯이 강한바람에 뜨문뜨문 비가 내린다.  
 

공룡과 황철은 구름에 갇혀 있다. 공룡에 든 산객은 빗속을 걸어겠다.
외진 박터에서 숙자 바람에 옷을 말릴겸 요기도 하고 한참을 쉬어간다. 아니다. 추워지니 일어선거다.

집선봉에 이른다. 역시 숙자는 앞모습이 좋다.
특이한 점은 소토왕골 갈림길에서 계곡방향 내림길 전체 구간에 널다란 계단형식으로 나무를 심어 놓았다.
참 공단의 손길이 많이 가는 설악이다. 고생한 공단의 노력에 결실이 있어야 할텐데 이번에 설악에 내린 많은 비로 마사토가 흘러내려 나무들이 생명력을 이어나갈지 걱정이다
 
 
흩날리는 비바람에 가는골로 들어선다.
쉼없이 내려오다 보니 땀이 흠뻑이다. 이내 천불동에서 시원하게 마무리하고 설악문을 나선다.
설악을 즐기고 또 일상으로 돌아간다
평일같은 임시공휴일이라 그런지 막힘이 없이 서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