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지는 폭염에
관악산 육봉 연주대 케이블카 능선의 반복되는
짧은 산행만 이어간 8월이다
서너시간 산행에도 흠뻑 젖어 내리는 육수맛을 보며…
8월 끝자락에 주말여유가 있기에
어김없이 설악을 찾는다.
시원한 계곡을 즐기려 가야동 천왕문을 찾는다
동서울 버스도 매진
무박버스? 그럼 코스는 오색이나 소공원, 새벽녘이라 웬지 내키지 않는다.
밝은 산행으로 여유를 즐기고자 자차로 전날 밤 22시에 백담으로 출발한다.
가야동계곡 천왕으로 가자
자정에 도착하니 백담주차장은 참 고요하다
백담기온이 차량기준 21도, 수원은 25도 였는데
이제 폭염도 물러갈 채비를 하나보다.
차박으로 트렁크에서 자려는데 반바지라 그런지 발이 시렵다.
트라우저를 정강이까지만 입고 꿀잠을 잔다.
상쾌하게 일어나 아침 요기하고 채비하니 7시 백담 첫차를 기다리는 산객이 모여든다.

백담에 내리니 상쾌함이 더한다. 계곡 물소리도 청아하고…
백담 들머리가 얼마만인가?
몇해전 와이프와 오세암 나들이, 애들 수능기원 4암자, 용아오름길 이외에는 날머리였을게다.
여유로운 발걸음에 실로 처음으로 백담탐방소 저울에 배낭무게도 재본다. 천왕에서 즐기려 꾸린게 많아서 인지 제법 나간다. 11kg


황장폭포 수량이 제법이다. 어제 영동에 내린 비가 공룡넘어 내설악까지 넘나들었나 보다.
상큼하게 젖은 잎사귀들, 어서 오시라 반가이 짖어주는 새소리, 맑아지는 설악이다

영시암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아마 영시암 나무벤치에 가장 오래 앉은 하루이지 싶다.
어차피 천왕문을 즐기러 온거이니 시간은 넉넉…
들머리를 옥녀봉 초입능으로 할까하다 시간은 내편인지라 오세암 너머로 한다.
믹스커피 한잔의 여유에 감사하며 보살님에게 맛난 떡 하나를 보시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10여년이 넘었을게다.
백담사 내림길 영시암에서 정오 즈음 어느 젊은 스님이
범종루의 법고를 두드리시던 모습, 산사를 맑게 울리던 법고소리에 취해 넋을 잃고 바라보왔던 그 추억 이래로 법고 소리를 들어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니 보살님이 법고를 수행하는 스님이 기거를 해야 들을 수 있다 한다.
저 법고를 울린지가 참 오래 됐다고 하신다
이러던 차에 길골 즈음에서 마주 인사한 스님이 벌써 백담에 들렀다 영시암에 도착한다.
맨발에 흰고무신, 스틱하나에 수행이시려니 해도 날라다니신다. 참 건강이다.

오세암 등로
그 스님이 휑하니 앞서 가시며 오세암에 뵙자고 한다.
가시는 걸음 만나는 불자와 덕담을 이어가시며 또 앞서 가신다.
내가 쉬엄쉬엄인지, 스님이 축지법인지 참 빠르시다.
오세암 오름길은 혼자다. 숲속의 고요를 온전히 혼저 만끽한다.
오세암 등로 마지막 고개 오름길 중간에 이르러 숨돌리려고 뒤를 돌아보는데 등로 옆 3~4미터 아래에 곧게 뻗은 아름드리 잦나무 3그루 꼭대기까지 넝쿨이 덮여있다.
이러다 넝쿨이 잦나무 전체를 휘감으면 한두해 지나 고사하겠다 싶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등로 아래 잦나무로 다가간다.
밑에서 올려다 보니 잦나무 아래부터 뻗어 올라간 넝쿨 줄기가 나무당 5~6개, 어케든 잘라야 한다.
배낭에 상시 보관하는 맥가이버칼을 꺼내 넝쿨줄기를 자른다. 칼로 쉬이 패이긴 하나 넝쿨 줄기의 유연성과 뻗어 올라간 장력으로 쉬이 꺽이지 않는다. 당기고 비틀고 꺽어서 줄기를 잘라낸다. 3그루에 얽힌 넝쿨 줄기를 모두 잘라내니 후련하다. 올가을 겨울 넘어 내년 봄이되면 넝쿨은 말라 죽을게다. 잦나무는 그 푸르름을 더할거구.
(넝쿨사진 찍을려니 아이폰 잠김반복으로 30분후 열린다하여 사진이 없다.)









만경대에 올라선다.
예전과 다르게 금즐이 3군데다. 구름에 갇힌 햇살이
열리면서 따갑지만 적당한 바람으로 선선하다.
천왕문, 용아릉,게구멍바위,대청,서북,공룡능선 사위를
들러보며 한참을 머문다.
저 아래 천왕문 풀빌라의 맑디 맑은 믈이 어서 오라
한다.






만경대 남서방향 끝 암봉에도 들러 귀때기 서북과 확트인 백담사 방향을 바라본다. 천왕문도 다시…

오세암에 들러 맛난 된장 미역국을 조금 공양하고 일어서는데 앞서간 그 스님을 마주한다.
오세암, 봉정암 산사의 기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합장후 오세암을 나선다.




나한골 지류 너덜지대를 내려서는데 골이 다소 좁고 쓰러진 고목이 많아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다. 한구비 너머 본류에서 내려가면 골이 넓어 좋은데… 어쩌랴 그냥 내리친다. 어제 설악에 내린 비가 많았나 보다. 건천인 나한에 물소리가 상류서부터 넘치니 귀가 즐겁다.
오세골 수량도 많다. 쓰러진 나무도 많고…
오세폭포에 이르니 폭포소리가 시원하다. 또 한참을 쉬어간다.
오세폭 소에 맑은 물이 넘치니 그 동굴안도 맑다.
예전에 잡목과 날벌레들이 많았는데 참으로 깨끗하다.




천왕문을 즐긴다.
아쿠아슈즈와 펜츠로 천상의 맑은물 풀빌라에서 다이빙과 함께 원없이 몸을 담는다.
낙수압에 몸을 버텨 안마도 받는다. 시원하다.
라면을 끓이고 맥주 한캔으로 만찬을 즐긴다.
나른함에 자리깔고 한댖잠을 한시간여 잔다. 꿀잠이다.
다시 시원하게 물을 즐기고 떠날 채비를 하는데 적당한 타이밍에 부부산객이 나한골에서 천왕에 든다
그분들에게 천왕을 즐기시라 하고 내려선다.
햇빛이 따가워 골 우사면만을 따른다. 날머리를 옥녀봉 초입능선으로 쳐올릴 요량이였는데 아무 생각없이 사면길만을 따라 내려서니 어느덧 수렴동대피소가 보여버린다.
아뿔사…
뒤돌아서 옥녀봉 능선으로 갈까! 오세길 등로방향으로 갈까! 잠시 고민. 쳐올리기가 싫어진다. 그냥 가자
사면길을 따라가다 끝단서 수렴동 지류 건너 재빨리 목책다리 난간을 넘어선다.
순간 스틱이 걸려 훅 휘어진다. 통행세였나 보다.
난간 목재에 걸어 스틱에 재차 힘을 가하니 어느정도 직진도가 나온다. 이대로 쓰면 되겠다 싶다.
길골에 이르러 다시 시원하게 정비하고 백담에 이르니 상쾌하다, 17:30 버스로 용대리에 도착한다. 혹여나 맘짱님계실까 했는데 휴가시란다.
여하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넉넉히 즐긴 하루다.
올 여름 마지막 서락 피서일게다.
9월에 다시 보자!
고속도로도 시원하다. 벌초 시즌여서 체증이 심할 줄 알았는데 고속도나 순환도로 모두 경쾌했다.